국민 10명 중 9명이 접종한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이 우리 몸속에 엉뚱한 단백질을 형성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mRNA 백신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mRNA 백신은 체내에 주입되면 세포 속에서 스파이크단백질로 번역된다. 면역세포는 이 단백질을 항원으로 인식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항체를 만든다.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mRNA 백신을 쥐에게 주입한 뒤 단백질이 생기는 과정을 관찰했다. 그 결과 N1-메틸슈도유리딘이 있는 지역에서 일정 확률로 리보솜 프레임시프트 현상이 나타났다. 프레임시프트는 아미노산(단백질의 최소 단위)을 만들 때 순서가 뒤로 밀리는 현상이다. 리보솜은 단백질을 만드는 세포기관이다.
mRNA 염기서열은 암호코드처럼 3개 단위로 아미노산으로 번역되는데 순서대로 ‘1·2·3’, ‘4·5·6’, ‘7·8·9’로 읽어야 하는 상황에서 프레임시프트 현상이 발생하면 1을 건너뛰고 ‘2·3·4’, ‘5·6·7’, ‘8·9·10’에 대한 아미노산을 만든다. 이는 mRNA 백신을 맞은 사람들에게 ‘엉뚱한’(off-target) 단백질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남재환 가톨릭대 의생명학과 교수는 “항체 형성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세포 면역 반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T세포 반응에 문제가 생기면 자가면역질환 등 다른 문제로 이어질 소지도 있다”고 했다.
케임브리지대 연구진도 실제 프레임시프트 현상이 일어나도 과도한 면역반응으로 이어진 사례는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교신저자로 참여한 제임스 타벤티란 케임브리지대 박사는 “모더나와 화이자 mRNA 백신은 세계를 구했고 백신 접종의 안전성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추후 mRNA 백신을 개발하는 데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개발된 mRNA 백신을 개량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올해 11월 기준 전 세계적으로 약 135억3000만 회의 코로나19 백신이 투여됐고 대부분 mRNA 백신이었다. 말라리아, 지카바이러스, 에이즈 등 다양한 질환에 대한 mRNA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 2030년 180조원 규모에 이를 정도로 mRNA 의약품 시장은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가 mRNA 의약품 개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타벤티란 박사는 “변형된 유리딘이 리보솜의 번역 과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게 밝혀진 것”이라며 “mRNA 기반 치료법을 최적화하기 위한 중요한 연구 성과”라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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